
일주일 전부터 조절되지 않는 두통
대상포진
대상포진
herpes zoster virus
약 일주일 전부터 발생한 우측 후두부 및 측두부 두통으로 내원하신 90대 어르신입니다.
보통은 두통이 있을 때 약을 드시면 조절이 되었었는데, 두통이 심해서 한의원 가서 침을 맞으셔도 반응이 없어서 본원에 내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히스토리를 잘 듣고 있다가, 두통이 어디 어디 있으세요? 물어보면서 보았는데 살짝 물집이 잡혀있으시길래 물집 언제 생기셨어요 했더니 한의원에서 침 맞고 나서 물집이 생겼어라고 하셔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세히 보니 물집이 생각보다 많아서 자세히 관찰하였습니다.
대상포진이었네요.
환자분께서 우측에 목뒤와, 쇄골 부위에 물집이 잡혀있고, 홍반이 심하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놓칠 뻔 했습니다. (제 진료실 자리에서 보면 우측의 후방 부가 가장 안보이는 시야라고 혼자 생각해 봅니다.)
쇄골 살짝 위 및 후두부 헤어라인 살짝 아래이니 C3 레벨 정도 되겠네요. 헷갈릴 때는 랜드마크를 찾아서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저는 쇄골, 귀 아래 턱 부위 정도 생각했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하셔서 C3 C4 peripheral block 도 시행하였고, 약은 신경통 약 가바펜틴, 항바이러스제 팜시클로버 및 진통소염제 등을 사용하고 3-4일 후 다시 내원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물집이 가피로 변하고, 두통은 약 30% 정도 줄어든 상태로 오셨네요.
약을 드실 때는 좀 괜찮으시다고 하시던데 밤에 주로 통증이 있다고 하시네요.
가피에 대해 드레싱 해드리고, 신경 치료는 한차례 더 해드렸습니다. (연세가 92세 셔서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다행히 통증이 조금 줄어든 상태로 약 부작용도 없으시고 치료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 환자 상태변화 내용 추가해드립니다.
내원 후 10일째 되는 사진입니다. 현재 가피는 거의 떨어진 상태고 약간의 물집 부위 상처만 남아있는 상태입니다.통증은 거의 못느끼실 정도라 4일정도 뒤에 집에 가시기전 (어머님이 따님네 댁에 와계신 상태에서 대상포진이 걸리셔서)에 드레싱 한번 더 하시기로 하시고 치료는 거의 종료된 상황입니다.
주사치료 2회차때 부터 통증이 많이 줄어서 잠도 잘 주무시고 큰 증상은 없으셨다고 어제 외래와서 말씀해주셨네요.
오늘은 대상포진에 대해 국문 논문을 하나 읽어 보면서 정리 해볼까 합니다.
2008년 세브란스 병원에서 발표한 논문이네요.
서론
수두 바이러스 (varicella zoster virus)는 수두를 일으키는데, 이 바이러스는 수두가 완쾌되고 나서도 척수 신경의 후근절 (dorsal root ganglion) 이나 뇌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재발하여 대상포진을 일으키게 된다.
잠복하고 있던 수두 바이러스는 평소에는 세포성 면역에 의해 억제되어 있어서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림프종 같은 악성 질환에 걸렸을 때 혹은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등으로 세포성 면역이 감소하게 되면 바이러스가 신경절에서 증식하여 신경세포(neuron)을 파괴하고, 피부에서 발진과 물집을 형성하면서 통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대상포진은 대부분 잘 치유되지만, 일부에서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남게 됩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종종 약물, 신경차단요법, 신경자극술 등을 포함한 여러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환자로 하여금 극심한 통증 및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합니다. 따라서 대상포진 초기에 적극적 치료를 하여 신경통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상포진의 특징
1. 역학
인구 1000명당 1.5~3명의 확률로 발생하며, 나이가 들거나 면역 손상이 있는 경우에서 빈도가 더 높습니다. 85세 이상에서는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은 약 50% 가량 된다고 합니다.
2. 임상증상
대상포진의 전구 증상으로 두통, 전신권태(피로감, 감기기운)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피부에 병변이 나타나기 1일에서 5일 전부터 가렵거나 저린 증상 및 통증이 피부에서 국소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후 홍반성 발진(erythematous maculopapular rash)이 나타났다가 물집(소포-vesicle)이 형성됩니다
그 후 3-5일 지나 농포 (pustule) 및 궤양 (ulcer) 로 바뀌었다가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피부 병변이 치유되는 데에는 약 2-4주 가량 걸리며, 피부에 흉터나 색소침착(pigmentation)을 남기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편측으로 나타나며,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보통 1개의 피부분절 (dermatome)을 침범하는데 가장 흔한 부위는 흉부 및 얼굴 부위 입니다.
급성기에서 차이는 있을수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통증이 동반되는데, 말초신경의 손상 및 중추신경의 변화에 기인하기 때문에 신경병증 통증 (neuropathic pain) 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예리한 통증(sharp pain), 찌르는듯한 통증 (stabbing pain), 찌릿한 통증 (shooting pain),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 (lacinating pain)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심한 가려움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통증은 1-2개월 정도 지나서 사라지지만, 일부에서는 지속되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남게 될 수 있습니다.
3. 진단
피부 병변과 증상을 토대로 해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면역 손상이 동반된 환자들에게서는 피부 병변이 전형적인 형태를 띠지 않을 수 있어서, 이런 경우 바이러스 배양이나, 면역 형광측정법 (immunofluorescence assay) 등의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피부 병변에서 손상되지 않는 바이러스를 채취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4. 신경의 병리학적 변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한 후근절 (doorsal root ganglion) 과 말초신경에는 만성 염증세포들이 발견됩니다. DRG에서 감각신경세포들이 있던곳은 콜라겐으로 채워져 있거나 낭종(cystic)모양을 보이기도 합니다. 말초신경에서는 수초 (myelin sheath) 들이 얇아지는 변형을 보이며, 말단에서는 거의 콜라겐으로 변화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5. 통증의 병태 생리학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 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가장 처음 제시된 가설은 1959년 Noordendos 가 말초신경에서 굵은 유수섬유 (myelinated fiber) 가 선택적으로 파괴되면서 가는 유수섬유 (myelinated fiber) 및 무수섬유 (unmyelinated fiber) 가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척수 내에서 굵은 섬유를 통한 억제자극 (inhibitory input)이 없어져서 가는 섬유를 통한 침해수용성 자극이 억제 없이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이라 설명하였습니다.
Nurmikko 및 Bowsher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에서 93%에서 감각손상이 발상하였으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없는 환자에서 약 10%만 감각신경손상이 나타난 점으로 미루어 보아 대상포진후 신경통의 통증이 구심로차단통증 (deafferentation pain)일꺼라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구심로 차단통증
시냅스 연결의 변화
과민성 통각 수용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아형에 대한 가설
여러가지의 통증 모델이 있는데 여기서 다루기는 조금 어려운 내용이라 관심있는 분들은 논문을 한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6. 치료
대상포진과 그 병태 생리가 다른만큼 치료도 달라지며, 이는 약물 요법이 주된 치료 방법이 됩니다.
1차 선택 약으로는 gabapentin, pregabalin, topical lidocaine, tricyclic antidepressant 2차 선택으로는 capsaicin, opioids, tramadol, valproate를 들수 있습니다.
일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여러 치료에도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있어, 치료의 목적이 통증의 완전한 소실이 아니라 어느정도 조절하는 것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1) 항우울제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에서 동반되어 있던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투여하였던 amitriptyline(상품명 에트라빌, 에나폰) 이 우연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완화시킨 이후 삼환계 항우울제 (TCA) 가 신경병증 통증에 흔히 사용되어 왔습니다. 중추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인 세로토닌 (serotonin) 과 노르에피네프린 (norepinephrine) 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작용합니다. amitriptyline의 부작용은 입마름, 변비, 졸음의 부작용이 있으나 소량으로 시작하여 서서히 용량을 올립니다. (저는 보통5mg 하루에 1회 혹은 2회정도로) Nortriptyline (상품명 센시발) 은 amitryptyline 과 유사한 효과가 있으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으며, TCA 의 부작용이 힘든 경우에는 NaSSA (selective noradrenalin reuptake inhibitors) 를 적응해 볼 수 있습니다.
(2) 항경련제
gabapentine(뉴론틴)이나 pregabalin(리리카)은 부작용과 약물 상호작용이 적어 과거의 약물보다는 많이 사용됩니다. (과거 약물 carbamazepine, valproic acid, phenytoin 등) 삼환계 항우울제 (TCA) 나 gabapentin은 3명의 환자에게 투여시 1명에서 통증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3) 아편유사제
일반적으로 비암성 통증에 아편유사제의 사용은 추천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방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심한 대상포진 후 통증 환자들에게서 서방형 oxycodone 같은 약물의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상품명 아이알코돈)
(4) 국소약제
첩포용 lidocaine (5%) 는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사용하기 간편하기 때문에 범위가 넓지 않은 이질통이 주된 증상일 때 우선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 종류가 많은데 제 기억속에는 상품명 엠라크림 정도 있네요. 이 외에도 통증을 전달하는데 관여하는 P 물질(substance P)를 고갈시키는 capsaicin을 국소적으로 도포하기도 하는데 일부 환자들은 도포시의 작열감을 견디기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결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여러 가지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아 환자로 하여금 장기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할 수 있으므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환자들에게서는 대상포진 초기에 항바이러스제 및 신경차단술 등을 이용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합니다.
대상포진 환자를 만났을 때는 젋고 통증의 별로 없는 분들은 크게 걱정이 없지만, 병변이 심하거나, 연세가 조금 있으시다 던지, 통증이 심한 분들은 다른 질병보다는 적극적으로 신경치료를 추천해 드립니다. 이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분들을 몇 번 본 후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기면 몇 년간 고생하시는 분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봅니다.
